12.3 계엄선포 ~ 탄핵 소추안 가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화요일이었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티비 앞에 앉아 핸드폰을 켰는데, 친구의 문자로 불법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곧바로 나는 주진우 라이브를, 남편은 서울의 소리 라이브를, 티비는 MBC 뉴스를 켜놓고 상황을 지켜봤다. 여의도로 나가야하나 했지만 끝내 용기를 내진 못했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불안한 마음에 거의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날 국회 앞에서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으며 끝까지 국회를 지켜주신 시민분들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다음 순서는 당연히도 탄핵이었다.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놈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12월 4일 여의도로 나갔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가만히 있어도 줄줄 콧물이 날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결과는 국민의 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 어느 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그 결과는 날씨보다도 더더욱 추웠다.
그 다음주에도 여의도로 나갔다. 지난 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고, 나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윤석열 체포 ~ 구속 취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승리감에 취해 마치 끝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고 험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전무후무한 내란죄를 누가 수사해야 하느냐를 가지고 경찰, 검찰, 공수처의 갈등이 시작됐다. 그와중에 김용현은 검찰에 제발로 기어들어가고, 공수처는 윤석열 체포를 실패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꽤나 지속되었다. 1월 3일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를 성공한 이후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모든 전문가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월 말~3월 중순에 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3월 중순이 되어도 헌재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안을 증폭 시켰던 사건이 발생했다.
3월 7일,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사법쿠테타’가 시작되었다. 법원은 구속 기간 계산 방식을 문제 삼았는데, 구속 기간을 ‘날’로 계산하던 것을 ‘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심우정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이것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사법부는 움직였다. 그리고, 내란 수괴 윤석열은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됐다.
<2024년 12월 14일, 집회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탄핵 인용 결정 ~ 사법 쿠테타
상식이 파괴된 세상에서 상식을 마주했을 때의 안도감을 지난 6개월간 3번 느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헌법 재판소가 탄핵 인용 판결을 내렸을 때, 그리고 광장에 나갔을 때.
헌재의 결정이 3월 중순이 넘어도 나오지 않자, 불안감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럴 때마다 광장에 나가면 ‘나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걸 체감하고 안심하게 되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4월 4일 헌재가 인용 판결을 내렸을 때 나는 회사에서 몰래 라이브를 듣고 있었다. 문형배 재판관이 주문을 읽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살짝 훔쳤다.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60일 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털어낸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날은 정말 행복해서 집에 가서 헌재의 판결을 3번 더 봤다.
그러나, 법비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표의 2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6개월을 버티게 한 글귀 - 414 문학인 한 줄 성명 중>

6.3 조기 대선
이번 대선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하고 ‘혼탁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내란을 옹호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오질 않나, TV토론회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성희롱 발언을 하는 후보가 있질 않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질 않나..
곧 있으면 투표가 종료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이다. 다시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되돌아가길, 그리고 더 투명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집회에서>



겸공, 매불쇼, 사장남천동
불안하고 두려웠던 지난 6개월을 버티게한 것은 겸공, 매불쇼, 사장남천동이었다.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쉽고 정확하게 분석해 상황을 이해하게 도와줬다. 때로는 속상한 마음을 대신 화내주기도 하고, 정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교양 콘텐츠를 제공해줘서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줬다.
김어준은 실제로 체포될 뻔 했었고, 계엄에 성공했다면 이들 모두 잡혀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편’이 되어 시민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이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지난 6개월을 한줄 요약하면?
지난 6개월간 대한민국이 겪은 그 모든 시간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살아숨쉬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